미국 드라마 베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의 등장인물 ‘척’은 전자파가 자신의 몸에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고 믿는다. 이에 그는 모든 전자기기를 치우고, 등불, 타자기, 아이스박스에 의지하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은둔하며 살아간다.
이는 과연 드라마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실제로 2015년에 영국의 15세 소녀는 전자파로 인해 극심한 두통과 피로감을 호소하다가, 그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연구에서는 이처럼 전자파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전자파 과민증 환자가 독일 전체 인구의 10%, 스위스의 경우 5%, 영국은 4%, 스웨덴은 1.5% 정도로 나왔다.
◇ 전자파 과민증, 과연 어떤 질환일까?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전자파 과민증을 전자파의 노출로 인해 신경 쇠약 및 자율신경계 증상(피로, 집중력 저하, 현기증, 소화장애, 두근거림 등)과 피부 증상(홍조, 따끔거림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설명했다. 즉, 컴퓨터,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 때,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전자파 과민증의 하나라는 것.
◇ 전자파 과민증, 치료해야 하는 걸까?
이처럼 WHO에서는 전자파 과민증의 존재를 인정하긴 했지만, 진단할만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어, 아직 공식 질병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통, 홍조,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전자파의 노출로 인한 것이라고 연관시킬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계 일부에서는 1,175명의 전자파 과민증 환자를 대상을 한 46건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는 ‘노세보 효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환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전자파가 신체에 피해를 주지 않지만, 해를 끼친다는 생각 때문에, 해로운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전자기기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전자파 과민증 환자는 분명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매우 현실적이고, 충분히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에서는 이를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고 WHO에서도 전자파 과민증이 있다면 환자의 증상을 줄이고 정신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 전자파에서 벗어나려면?
전자제품 사용이 필수인 요즘, 전자파에서 완벽히 벗어난 생활을 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전자파로부터 벗어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차 안 등 밀폐된 공간에서의 전자기기 사용은 무선주파수 방사선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사용을 줄이도록 한다. 또, 살 집을 고민할 때는 고전압 송전선, 휴대폰 기지국, 변압기와 가까이 있는 곳을 피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 제품 전원은 늘 끄고 다니도록 한다. 자는 동안 핸드폰은 머리에서 멀리 두고, 텔레비전과의 거리는 최소 1.8m 이상 떨어트려 놓도록 한다. 또한, 30분 정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면, 잠시 꺼두고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출처 :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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