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현장에서 술 문제로 내원한 환자들과 면담 중에 "저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고, 매일 반주로 한두 잔 마시는데 뭐가 문제입니까?"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과연 습관적으로 마시는 만성적 음주는 괜찮은 것일까?
술이란 적당히 마시면 대화의 촉매가 되고 인간관계의 좋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성적인 사람이 술을 마시고 용기를 내서 하는 행동들이 때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서먹했던 관계를 술로 풀고 서로 가까워지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소량의 알코올은 뇌의 기능과 혈액 순환에도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실상 우리의 음주 실태는 어떤가?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먹게 된다.
학교 선배들이, 회사 선배들이 신입생이나 신입사원들에게 술을 무지막지하게 먹이는 일이 아직도 많다.
신입들도 선배들이 주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
▶ 습관적 음주를 ‘만성 자살’이라고도 한다. 서서히 자기를 죽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폭탄주’는 ‘자살주’이다. 또, 술을 지나치게 권하는 것은 살인행위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살기 어려울 때에 빨리 취하기 위해 독주를 만들어 먹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의 나쁜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고 심지어 사회지도층에서 더 뿌리 깊게 내려오는 것 같다.
이렇게 일과성으로 많이 마시는 폭음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 만성적인 음주이다.
만성적인 음주는 단순히 나쁜 음주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병이다.
만성적으로 음주를 하게 되면 우리 뇌에서 ‘중독회로’가 발동을 하여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음주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독이다.
수면제가 중독성이 있다고 해서 향정신성약품으로 취급하여 처방하는 약의 수량도 정해두지 않는가?
또한, 단순히 술에 취하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그 여파는 어떤가?
만성적으로 음주를 하게 되면 뇌세포가 죽어 치매가 빨리 오고, 성격이 바뀌고 난폭하게 되며, 음주 운전이나 범죄의 큰 원인이 된다. 또, 간이 감당을 하지 못하면 알코올을 해독을 하지 못하여 그 독소가 신체 전체에 영향을 미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망가뜨리지 않는 곳이 없다.
위암, 간암, 대장암, 등 치명적인 질환의 가장 중요한 유발요인이 술이다.
따라서 스스로 문제가 되는 음주 습관이 있다면 반드시 음주습관에 대한 상담을 하고 음주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스스로 고치기는 참으로 어렵다. 어렵다고 느낀다면 바로 중독의 상태에 있는 것이다.
■ 끝으로, 본인의 음주습관이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1. 스스로 술 마시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2.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고 간섭할 정도인지?
3. 술 마시는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를 하는지?
4.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가?
위 네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자신에게 해당되면 음주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서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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